신라의 여승 설요는 꽃 피어 봄마음 이리 설레 환속했다는데

나도 봄날에는 작은 절 풍경에 갇혀 우는 눈먼 물고기이고 싶더라

쩌렁쩌렁 해빙하는 저수지처럼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어도

봄밤에는 숨죽이듯 갇혀 울고 싶더라

먼발치서 한 사람을 공양하는 무정한 불목하니로 살아도

봄날에는 사랑이 살짝 들키기도 해서

절마당에 핀 동백처럼 붉은 뺨이고 싶더라

 

 

-문태준, 붉은 동백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메모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가재미/문태준  (0) 2015.08.19
[스크랩] 손등  (0) 2015.08.19
[스크랩] 바깥 / 문태준  (0) 2015.08.18
[스크랩] 보퉁이가 된 나여/문태준  (0) 2015.08.18
[스크랩]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0) 2015.08.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