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 김소월(金素月)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 (1902 ~ 1934) 평북 곽산 출신 오산 학교 3학년 때 3,1운동을 학교가 불타자 서울 배재고보로 옮겨 수학
오산 학교 시절 김억에게 시를 지도를 받음 1920년 ‘창조’5호에 ‘낭인(浪人)의 봄’ ‘야(夜)의 우적’ ‘그리워’등을 발표,
1922년 ‘개벽’에 ‘진달래꽃’을 발표하여 詩의 천재성을 보였으며, 1924년 ‘영대’동인으로 활동하였다.
1925년까지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민요의 율격에 담은 격조 높은 서정시를 썼다. 초혼 금잔디 가는 길
산유화 진달래꽃 접동새 등의 주옥같은 대표작들이 있다.
* 소월은 밀물처럼 흘러들어 온 서구 문예사조의 혼류 속에서도 고유 전통적 정서인
恨과 哀愁와 戀慕 無常感을 민요적 가락으로 표현하였다.
김소월은 향토적 체취가 풍기는 지명 풍물 방언을 구사하며 전통적인 7,5조를 바탕으로 한 민요적인 가락과 격식을 취했으며,
유교적 인륜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주권을 잃은 암흑기에 호소하듯 한 가락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李陸史의 男性적 가락에 대하여 女性的가락을 사용했다.
* 김동리는 ‘소월의 시는 거의 전부가 임을 찾고 임을 구하고 임을 노래한 것들이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소월의 시는 임을 잃은 상실감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魂)이 몸을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거하여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儀禮化)된 것을 고복 의식(皐復儀式) 또는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의식은 사람이 죽은 직후, 그가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초혼은 죽은 이를 소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부름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랑하던 그 사람’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이름이여’․‘그 사람이여’․‘부르노라’와 같은
호칭적 진술을 반복하는 부름의 형식을 통해 고복 의식을 투영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월의 시는 임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비탄감을 체념적․
수동적 어조로 분출해 내는 나약함을 지니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격정적이고 능동적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임의 갑작스런 죽음을 대하는 시적 자아는 ‘사랑한다’는 말도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한’ 한(恨)을 가슴속에 새겨 넣고
‘붉은 해가 걸린 서산 마루’에 올라앉아 ‘슬피 우는 사슴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허탈한 모습으로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
임과 나는 결코 이어질 수 없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의 절망적 거리로 멀어져 잇다는 현실에 체념하지만,
곧바로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임의 이름을 부르며 임의 죽음을 부정하는 설움의 극한을 보인다.
‘돌’은 백제의 가요 ‘정읍사’나 박제상의 처가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 모티프와 관련이 있으며,
임이 죽은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비원(悲願)을 담은 한의 응결체인 것이다.
---'--------------
이러한 의미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된 시적 자아의 심리적 추이 과정을 살펴보면
대략 ‘충격과 슬픔’→‘허무와 좌절’→‘미련과 안타까움’으로 말할 수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이러한 비극적 세계관을 통해 시적 자아는 자신도
그 죽음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마침내 임의 죽음을 긍정하게 되고 허무의 초극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 펌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틀리기 쉬운 우리말 102 (0) | 2014.09.21 |
---|---|
시래기 (0) | 2014.09.19 |
시모음 (0) | 2014.09.15 |
[스크랩] * 이 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0) | 2014.09.14 |
[스크랩] 명시 100선 중에서 (0) | 2014.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