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원했던 김지하, 마지막 그림은 집 뒤뜰의 모란꽃"

김정연 입력 2022. 06. 27. 00:03 수정 2022. 06. 27. 06:2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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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지하 시인은 1980년 출소한 뒤 난초로 시작해 매화, 달마, 모란으로 옮겨가며 그렸다. 집안의 반대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시인은 미대 옆 미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사진은 〈모란꽃〉(2014). [사진 유홍준 이사장]

시인 김지하는 글씨와 그림도 특별했다. 1980년 출소 직후 난초를 그리기 시작한 시인은 이후 매화, 달마, 모란으로 옮겨갔다. 유홍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김지하의 그림은 단순한 먹장난이 아니었다. 김지하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성이 있는 그림”이라며 “후기에 그린 수묵산수화도 정말 아름답고, 추상 미술로 나아가는 경지”라고 평가했다. 또 “김지하의 글씨는 강약의 변화가 있고, 한 글씨 안에서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글씨, 추사 김정희의 영향이 아주 강하게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시인은 1991년께 만취 상태에서 서울 인사동 술집 ‘평화만들기’ 벽지에 평소 좋아하던 이용악의 시 ‘그리움’ 전문을 적었다. 유 이사장은 “카페가 폐업한 뒤 시가 적힌 벽지를 누군가 뜯었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2년 전 서예박물관을 구상 중인 사람이 1000만원에 낙찰받았으니, 영원히 보존될 것 같다”고 전했다.

고 김지하 시인은 1980년 출소한 뒤 난초로 시작해 매화, 달마, 모란으로 옮겨가며 그렸다. 집안의 반대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시인은 미대 옆 미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사진은 〈수묵산수: 갑오리〉(2014). [사진 유홍준 이사장]

유 이사장에 따르면, 시인의 초기 난초는 아리따운 춘란 형태였다. “‘난을 칠 때 세 번 굽어가는 것이 좋다’는 추사의 말을 따르기라도 한 것처럼 세 번 굽는 리듬을 준 것을 볼 수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난을 그렸고, 작품들은 수많은 기부 모금전에서 팔려 민주화 운동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지하는 똑바로 선 ‘정난’은 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늘 바람에 흩날리는 난을 그렸다.

고 김지하 시인은 1980년 출소한 뒤 난초로 시작해 매화, 달마, 모란으로 옮겨가며 그렸다. 집안의 반대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시인은 미대 옆 미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사진은 〈달마와 매화〉(2004). [사진 유홍준 이사장]

2003년 이후 매화가 등장한다. 유 이사장은 “시인은 ‘난초는 선비문화에서 난 거라, 나한테 본래 맞지 않고 감정이 실리지 않는데 매화는 기굴한 줄기에 가녀린 꽃이 핀 형상이라 감정이 잘 표현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인이 동학을 공부하면서, 2004년 이후 달마가 등장한다. 유 이사장은 “동학, 천도교가 시각적 이미지가 없어 민중에 퍼져나가기 어려운 종교인데, 시인은 ‘인식의 바탕은 불교의 망막으로, 실천은 동학의 눈으로 한다’며 코믹한 생김새의 달마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시인의 마지막 그림은 목단(모란꽃)이었다”고 소개했다. “미술대학에 가고 싶어했는데, 집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어깨너머로라도 그림을 배우자는 생각에 미대 옆 미학과를 선택했다”며 “집에서 그림을 못 그리게 손을 묶으면 발가락으로 숯을 집어서라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그리고 싶었던 대상이 집 뒤뜰의 목단꽃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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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qkim17분전

일제시대였으면 어느쪽에 붙어 변절할지 딱 각 나오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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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안1시간전

    그림에도 글씨에도 영혼이 없네, 그냥 독학으로 생겨난 붓놀림의 기교만 있다. 세상엔 재주있는 자들이 더 나쁜 것이다. 언변과 재주팔아서 세상의 대변인인냥 떠들며 인기와 숭배에 취해살고, 명성으로 평생 호의호식 대접받고 도둑질 하다가 인민들, 뒷통수 치고 변절하고 가는 것이지. 도둑의 삶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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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wert1시간전

    영원히 변절자로 기억될겁니다

    답글 작성댓글 찬성하기3댓글 비추천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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