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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쥐의 천적인 때까지는 볏과의 대형 초원 식물인 다발풀을 먹이를 탐색하는 횃대나 사냥한 먹이를 가시나 가지에 걸어 보관하는 저장소로 쓴다. 연구자들은 “밭쥐가 다발풀을 제거함으로써 공중 포식자를 감시할 시야를 확보하고 포식자가 접근할 요소를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더크 샌더스 영국 엑시터대 박사는 “주변에 때까치가 나타나면 밭쥐는 키 큰 풀을 엄청나게 줄인다”며 “그렇게 하면 사냥터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본 때까치가 얼씬거리는 일도 확 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쥐가 다발풀을 제거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드는데 그렇게 하는 걸 보면 풀을 자르는 행동이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것임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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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로 특정 지역을 덮어 때까치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자 밭쥐도 다발풀을 더는 쓰러뜨리지 않았다.
때까지를 본 밭쥐는 다발풀의 줄기와 잎 밑동을 갉고 주변에 굴을 파고 들어가 뿌리를 잘랐다. 이 식물은 건조기후에 적응해 최고 2m 깊이까지 뿌리를 내린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을 하는 스텝밭쥐를 “생태계 엔지니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생태계 엔지니어란 숲의 나무를 쓰러뜨려 초원을 유지하는 코끼리나 사막에 샘을 파는 야생말과 당나귀 등 생태계의 다른 많은 종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대형 초식동물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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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서양 돔의 일종이 해초 숲의 꼭대기를 뜯어먹어 결과적으로 해초 숲을 교란하는 성게가 포식자에 쉽게 잡아먹히도록 하는 소형 초식동물의 사례도 밝혀지고 있다. 생태계 엔지니어가 서식지의 다른 종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자기 자신의 이익(안전)에 기여하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비단털쥣과에 속하는 스텝밭쥐(브란트밭쥐)는 중국·몽골·러시아에 서식하는 설치류로 땅속에 굴을 파고 무리생활을 한다. 한 번에 7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연간 4∼5번 번식해 환경이 맞으면 수백만㏊ 면적에 폭발적으로 번성해 목초지를 잃은 농민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종 지웨이 박사는 “이번 연구는 목초지의 밭쥐를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키 큰 다발풀을 유지하거나 새로 심어 때까치를 불러들여 밭쥐 밀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2.07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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