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신화의 도시, 트로이
이번에는 신화에서 역사로 되살아난 트로이를 만날 차례입니다. ‘트로이의 목마’라고 들어 보았나요? 그리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거대한 목마를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한 이야기 말이에요. 그리스 신화와 호메로스의 유명한 대서사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나온 트로이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지만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전설로만 여겨졌어요.
그런데 하인리히 슐리만이라는 독일의 고고학자가 1871년 트로이의 유적지라고 추정되는 흔적을 찾아내면서 트로이는 전설이 아닌 진짜 역사로 등장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트로이의 이야기가 신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슐리만은 달랐어요. 어릴 때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고 또 읽으면서 트로이가 실제로 있었을 것이라 믿었지요. 그리고 트로이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6개 외국어를 공부하고, 발굴을 하기 위해 사업을 벌여 많은 돈을 벌었지요. 결국 슐리만은 고고학자가 되어 실제로 트로이의 유적을 찾아 나섰어요.
도대체 트로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길래 슐리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트로이는 기원전 12세기나 13세기로 추측되는 초기 그리스 시대에 터키의 소아시아 지방에서 번성했던 도시 국가였어요.
트로이의 멸망 이야기는 트로이 왕의 아들인 파리스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 외교 사절로 갔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름다운 아내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달아나면서 시작됩니다.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요.
“이것은 분명 그리스에 대한 정면 도전이야!”
그래서 트로이와 전쟁을 벌이기로 했어요. 메넬라오스는 형제인 아가멤논 왕, 전사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그리고 군사들을 모아 트로이를 공격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어요. 그리스 원정대는 지중해를 건너가 트로이와 전쟁을 시작했지요. 그런데 양쪽의 전력이 팽팽해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무려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어요.
전쟁에 먼저 지친 것은 그리스였어요. 오랫동안 집을 떠나온 군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스 진영에서는 군대를 철수하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이때 지혜로운 전사 오디세우스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었지요. 바로 목마 작전! 커다란 목마 속에 그리스 군을 숨겨 놓는 위장 전술이었어요. 목마만 놓고 철수했다가 트로이 군이 방심하는 틈을 타 불시에 공격하려는 속셈이었어요. 그리스 군은 시논이란 스파이를 시켜 거짓 소문을 트로이에 퍼트렸어요.
“목마는 아테나 여신을 위해 만든 것이랍니다. 저렇게 크게 만든 것은 트로이 군이 목마를 성 안으로 운반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입니다. 예언자가 말하기를 목마가 트로이 손에 들어가면 트로이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스파이의 말을 믿은 트로이 사람들은 그 목마를 아무런 의심 없이 도시 안으로 끌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날 밤, 트로이의 사람들이 모두 잠들자 목마 안에 몰래 숨어 있던 그리스 군인들이 나와서 트로이의 성문을 열었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리스 군대는 쉽게 트로이 성을 공격할 수 있었지요. 이 일로 결국 트로이는 전쟁에 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현재 트로이 유적지 입구에는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은 목마가 서 있어요. 한편 발굴된 유적지에는 트로이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세워졌다 멸망한 8개의 도시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요. 발굴을 할 수가 없어 트로이의 유적지 층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곱 번째 층으로 추측하고 있답니다.
[문명 이야기 여행]
트로이에 얽힌 신화 - 파리스의 판결
그리스 신들은 이집트나 오리엔트 지역의 전지전능한 절대 신들과 달리 질투하고 사랑하고 음모를 꾸미는 등 인간을 닮은 신이었어요. 그 신들로 인해 인간 세상에는 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 그리스 신화 속에서 트로이 전쟁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요?
그리스 올림포스의 신들 가운데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늘 인기가 없었어요. 어디에 있으나 불화를 일으키는 신이었으니 당연했지요. 그래서 초대에도 늘 제외되기 일쑤였어요. 펠레우스 왕과 바다의 요정 테티스의 결혼식에도 에리스만이 초대받지 못했어요.
“흥! 또 나만 빼놓는단 말이야? 어디 골탕 좀 먹어 보라고!”
그러고는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적힌 황금 사과를 연회장 안으로 집어던졌어요. 여신들은 모두 이 사과를 갖고 싶어 했어요.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곧 세 여신으로 범위가 좁혀졌어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제우스의 아내 헤라, 그리고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 이 세 여신들은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제우스에게 판정해 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제우스는 그런 복잡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트로이 근처의 이다 산에 가면 양치기가 정확하게 판단해 줄 거라고 했어요.
그 양치기가 바로 파리스였습니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였지만 아버지인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언젠가 파리스로 인해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기 때문에 궁에서 멀리 나와 양치는 일을 하고 있었지요.
아프로디테, 헤라, 아테나는 파리스에게 갔어요.
“우리 셋 가운데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결해 주세요!”
세 여신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파리스가 어찌할 바를 모르자 헤라가 나섰어요.
“내가 파리스 그대를 유럽과 아시아의 지배자로 만들어 주겠어요!”
이에 질세라 아테나도 말했어요.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트로이가 승리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아예 그리스를 멸망시켜 주겠어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그대에게 주겠어요!”
과연, 파리스는 누구에게 황금 사과를 주었을까요? 바로 아프로디테였답니다.
그런데 왜 이 일이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된 걸까요? 당시 세계 제일의 미녀로 손꼽히는 여인이 바로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던 헬레네였어요.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파리스와 헬레네를 맺어 주려고 그를 그리스에 사신으로 가게 했어요. 그리고 파리스는 운명처럼 헬레네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그녀를 트로이로 데려갔지요. 그렇게 해서 트로이와 그리스의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파리스의 판결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히지 못한 전쟁의 신 아테나의 심술 때문이었을까요? 트로이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신화 속의 이야기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