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집/박은순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신창행 전철을 기다리고 서 있다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내게로 몰려온다
도망치듯 전동차에 타고 문이 닫힌다
나를 놓친 그 빗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겠지
젖은 바짓단을 접어 올리다가
구두 속을 흥건히 채운 빗물을 본다
생이 아프고 축축하다고 쏟아낸 사람들의 눈물이 저렇게 돌아오고 있을까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린다
내가 미처 닦아주지 못한 너의 눈물과
네가 닦아주지 못한 내 눈물이
젖은 몸을 섞고 있다
몰래 울어도 이렇게 줄줄이 들키고 마는 것
오늘 밤
내 몸 가장 낮은 곳에 와 있는 너를 위해
나는 비의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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