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_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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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반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은 아득해 보여도 지나온 날들은 활에서 떠난 화살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이 어쩌면 이리도 빨리 지나가나 싶지만, 순간순간 분명한 삶의 지향을 가지고 살았다면 밟아온 걸음걸음이 본인에게나 또한 누군가에게 소중한 길이 되었을 겁니다. 2018년 전반기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목회자로서 목회의 자리를 옮기는 것은 삶의 틀이 새롭게 바뀌는 일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어야하고, 교회를 더욱 책임감 있게 섬겨야 합니다. 새로움은 낯 설은 것이어서 때로 난감한 상황과 마주할 때도 있지만, 새로움에 대한 기대에 마냥 설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막연한 기대는 아닙니다. 큰 변화의 중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해야 할 일을 만났고, 그러한 만남들이 하나님의 손길로 느껴져 순간순간 감사의 고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남은 시간들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맥추감사절을 맞으며 올해의 반을 무사히 지나도록 은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이유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다가 함민복 시인의 성선설이란 시를 만났습니다. 매우 짧은 시이지요? 허나 그 안에는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열 개인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요.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한 무수한 은혜의 손길들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그 은총에 대한 감사와 은혜갚음의 시간들로 채워져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삶이 어찌 나 혼자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겠습니까? 가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참 고마운 손길들이 넘쳐납니다. 그 고마운 이들이 건네준 고운 시선과 따뜻한 손길, 평화를 주는 말들은 우리의 삶에 더없이 큰 힘이 됩니다. 우리 곁에 기꺼이 힘이 되어준 이런 분들에게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맙다고 마음을 전해보시는 건 어떠실런지요?

 

이제 한해의 반을 또 시작합니다. 험한 진창길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주저하지 말고 주위의 고마운 인연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즐겁게 그 길을 걸어갑시다. 북유럽 어느 과학자의 말입니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새롭게 열려진 한 해의 반을 맺혀질 감사의 열매를 기다리며 서로의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손잡고 나아갈 때, 생명이 깃든 푸르른 숲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우린 손가락이 열 개입니다.<20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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