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 가 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김용택 님의 시집 《참 좋은 당신》중에서
[출처] 들국 - 김용택 / 이해와 감상 (시詩 시사랑 시인의 숨비소리) |작성자 숨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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