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어머니의 지붕 / 이준관
샤인**
2022. 2. 25. 20:42
어머니의 지붕 / 이준관
어머니는 지붕에
호박과 무를 썰어 말렸다
고추와 콩꼬투리를 널어 말렸다
지붕은
태양과 떠도는 바람이
배불리 먹고 가는 밥상이었다
저녁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초승달과 서쪽에 뜨는 첫 별이 먹고 나면
어머니는 그것들을 거두어들였다
날씨가 맑은 사나흘
태양과 떠도는 바람
초승달과 첫 별을 다 먹이고 나서
성자의 마른 영혼처럼
알맞게 마르면
어머니는
그것들을 반찬으로 만들었다
우리들 생의 반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