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평 남짓의 지구 세입자> - 이성률

샤인** 2020. 1. 28. 18:57



살다보면

보증금 십만 원에 칠만 원인 방도

고마울 때가 있다. 이별을 해도 편하고

부도가 나도 홀가분할 때가 있다.

5만 원어치만 냉장되는 중고냉장고

걸핏하면 덜덜거려도

긴긴밤 위안될 때 있다.

세상과 주파수 어긋나

툭 하면 지직거렸던 날 위해

감당할 만큼만 뻗고 있는 팔들 내보이며

창가 은행나무 말 걸어올 때도 있다.

먼 훗날 지구에서 방 뺄 때

빌려 쓴 것이 적으니

그래도 난 덜 미안하겠구나

싶을 때 있다.

 

<나는 한 평 남짓의 지구 세입자> - 이성률



출처: https://ifac.tistory.com/1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