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푸른 밤 _나희덕
샤인**
2019. 11. 23. 14:56
푸른 밤 _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詩 감상_양현근 시인
까마득한 밤을 숱한 불면으로 보내고
무수하게 많은 길을 미친 듯이 걸어 다녀보지만
매양 길어 올린 것은 그대에게 가는 별빛일 따름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그리고 다시 사랑으로
수많은 길을 걷고 또 걸어보지만
나의 생애는 네게로 가는 한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모든 것이 끝난 ‘검은 밤’이 아니라
아직 푸른 꿈이 있는 ‘푸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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