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추석/ 함민복
지난 일 생각 좀 해 보라고 덜컹덜컹 온몸 흔들어주누나
비포장도로, 흙먼지 날리며 고향에 갔었나니
아버님 묘보다 잔디 무성한 형의 묘에서 쑥부쟁이 뽑아낼 제
실핏줄 같은 가난의 뿌리 자꾸 끊어지더이다
왜가리떼처럼 떠나고 싶어 떠난 것이 아닌 살붙이들 모여
버짐 피던 이야기, 검정고무신 하나로 술을 따라 마셨지요
여선생 호루라기소리에 앞으로 나란히 피어난 코스모스 밤길
밤엔 향기로운 아름다운 꽃들아, 너희들도 고향으로 돌아갈지니
바람 불 때마다 스스로의 가시에 찔리며 붉게 익은 대추, 나
무에
아버지 얼굴로 걸린 달, 달그림자로 길게 다리 펴보았던 영
혼아
그날 밤 내가 흘린 눈물에 흙가슴 다 적셔주던 고향을 보았
는감
그날 밤 내가 눈물 추스를 때 굽은 등 품어주던 산그림자 보
았는감
쑥부쟁이야
쑥부쟁이야

함민복 시인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했다.
199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9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0년 첫 시집 <우울氏의 一日>을 펴냈다.
1993년 두번째 시집 <자본주의의 약속>을 펴냈다.
1996년 세번째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를 펴냈다.
1998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 박용래문학상 수상
[출처] 쑥부쟁이_추석 / 함민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