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기다릴 것도 없는 8월이라며 / 김시종
샤인**
2019. 8. 9. 19:49
기다릴 것도 없는 8월이라며 / 김시종
여름이 번쩍이는 일은 이제 없을 거라며
온통 투명해진 시절이기에
더구나 두근거릴 일일랑 여름에는 더 이상 없을 거라며
그래도 그는 무구한 얼굴로 혼자 있는 나를 엿본다.
튀어오르던 청춘도 기둥이었던 사회주의도
당사자 본인이 부순 지 오래인데
잠들지 못하는 아내의 마음 하나
갇혀서 살아온 건 오히려 자신이건만
못내 신경이 쓰이는지 주의 깊게
내 눈치를 힐끔 살핀다.
지울 수 없는 여름도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기다림의 끝 그 안간힘이
멀쩡한 나의 정신을 끊임없이 거슬리게 하는
그의 적반하장이
질리지도 않는지 여전히 강한 척하면 할수록
나의 체념도 안색을 바꾸어 입을 삐죽거린다.
아직도 여름은 욱신거림 속에 있는 거라며
나는 마구 분별을 잃어간다.
그럴 만큼 깊이 박힌 기억 때문에
희미해진 기억만이 남았기에
빛나던 여름날의 밑바닥에서
여름은 산산조각 나버렸기에
여름은 파편 박힌 기억이다.
주춤할 틈도 없이 여름을 밝아져서
겨우 잠든 아내의 잠든 숨결에
나도 함께 눈을 깜박이며
헛기침을 섞어가며
이유 없이 치미는 것을 삼켜 누르고는
새벽에 하얗게 희미해진 눈으로
그래, 여름은 아직 목이 메어 있는 거라고
외면하는 그에게 거듭 되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