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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수력학(水力學) - 마종기

샤인** 2016. 10. 28. 18:24







그냥 흐르기로 했어.

편해지기로 했어.

눈총도 엽총도 없이

나이나 죽이고 반쯤은 썩기도 하면서

꿈꾸는 자의 발걸음처럼 가볍게.


목에서도 힘을 빼고

심장에서도 힘을 빼고

먹이 찾아 헤매는 들짐승이 되거나 말거나

방향 없는 새들의 하늘이 되거나 말거나

암, 그렇고 말고,

천년짜리 장자(莊子)의 물이 내 옆을 흘러가네,

언제부터 발자국도 없이

타계(他界)한 꿈처럼 흘러가네.



가을 수력학(水力學) - 마종기











시인의 시혼(詩魂)은 이역에 살면서도 노장(老莊)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체득하고 있다.

하지만 ‘가을 수력학’이라는 시제부터 사상이 아니라 시로 돌입하고 있다.

시인이란 누구일까? 배신자라는 낙인 때문에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먼 나라 베니스의

망자의 섬에 묻힌 에즈라 파운드를 보고 시인은 또 이런 시를 쓰기도 한다.

‘나는 시를 버리더라도 먼저 바른 길을 가려보자. 센 바람 불어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약속한 뜻은 겁이 나도 지키고 힘들면 울어도 포기하지 말자'(시 「亡者의 섬」)고 한다.

30년 전의 시집에서 바로 오늘인 듯 생생하게 묻고 있는 시인이 새삼 그립다.


 “...../해 뜨고 해 질 때 까지 온종일/오른쪽은 왼쪽을 씹고/왼쪽은 오른쪽을 까고/

대가리는 꼬리를 먹고/꼬리는 대가리를 치다가 죽고,/하루도 그치지 않은 총소리,/

하루도 쉬지 않는 살인./하느님 시인의 용도는 어디 있습니까/”



문정희 (시인)





   











출처 : 꽃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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