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0년 동안의 빈 의자 - 구두

샤인** 2016. 7. 22. 23:24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 넣어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 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구두/송 찬 호

 


송찬호 시집 <10년 동안의 빈 의자> 중에서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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